시계이야기

[칼럼] 최고급 패션은 명품시계로 완성된다

  • 작성자TMwatch
  • 등록일2004.06.21 18:34
  • 조회674
시계를 ‘시간을 보기 위한 도구’만으로 한정짓는다면 핸드폰 한개만 갖고 있어도 손목시계는 더 이상 필요없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하지만 핸드폰이 생활필수품이 된 상황에서도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세계적인 명품 시계시장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시계들은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 만들어낸 아날로그형의 기계적 무브먼트를 고집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고급 시계시장의 성장은 손목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보여주는 기능을 뛰어 넘어 이를 착용한 사람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일종의 고급 액세서리가 됐다는 걸 보여준다.

고급 시계 제조에 관한 전문가이자 역사가인 도미니크 프레숑도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초기부터 한 개인의 권력과 문화적 소양, 과학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대변해주는 액세서리였다고 말했다. 프레숑은 개인의 몸에 착용하는 시계에 대해 과거의 역할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되는 일종의 예술같다고 했다.

크레숑의 시계 철학은 전세계 시계 매니어들 사이에서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 시계 산업연맹’의 통계에 따르면, 2003년 고급 시계시장에서 가장 큰 수출시장인 미국은 1.1% 성장했다. 반면 중국은 1백9%, 러시아는 22.8% 신장해 대형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제 고급시계 시장에서 아시아 시장은 40%나 차지하고 있다.

‘2004 국제 고급시계 박람회(SIHH)’에서 드러난 올해의 트렌드는 대형화와 기능화라는 두가지 화두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었다. 각 브랜드들은 오랜 전통을 살리면서 이런 추세를 반영한 갖가지 제품을 선보여 세계 각국의 딜러와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SIHH에 참석한 16개 브랜드중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업체는 리치몬트 그룹 소속의 까르띠에·IWC·반클리프 아펠·바쉐론 콘스탄틴·오피시네 파네라이·예거 르꿀뜨르·보메 & 메르시에 7개였다. 이들이 SIHH를 통해 선보인 2004년 신제품을 소개한다.

까르띠에
까르띠에는 전시 부스 이외에 별도 공간에서 올해로 탄생 1백주년을 맞는 산토스 드 까르띠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특별한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거대한 나사가 드러난 베젤이 상징인 산토스 시계는 까르띠에가 친구인 산토스 뒤몽을 위해 제작한 비행용 시계에서 시작됐다. 그 이후 산토스는 1백년간 까르띠에 시계의 전통을 잇는 존재가 됐다.

이번에 출시된 ‘산토스 100’ 시리즈와 과거의 산토스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출시된 ‘산토스 뒤몽’ 시리즈, 일반적인 디자인인 ‘산토스 드 까르띠에 칼리버’ 시리즈 등 전 라인을 만나볼 수 있었다.
까르띠에는 산토스 라인 이외에도 화려한 보석 개념의 시계라인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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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박람회가 열리는 기간 중 스위스 제네바의 옥외 광고판에는 까르띠에 주얼리 시계 리브르 라인의 ‘이프노즈’가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화이트 리넨 시계줄에 타원형의 다이얼이 비스듬히 배치된 기하학적인 디자인, 18K 화이트 골드 다이얼 위에 빙 둘러서 영롱한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있는 모습이 시계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화려했다.

바쉐론 콘스탄틴
1755년 창립돼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은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시계중 최고의 명예인 ‘제네바 홀 마크’(제네바 주정부에서 인증하는 부품의 모든 구성요소를 갖춘 시계에 부여하는 공인서)를 받은 시계를 생산하고 있다. 철저하게 손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이라 가격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량도 극히 한정돼 있는데, 디자인별로 1천5백개 정도만 생산되는 명품중 명품으로 꼽힌다. 일부 빈티지 제품은 출하 후 경매에서 애호가들에게 더 높은 가격에 팔리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어 ‘투자가치’까지 인정받고 있는 제품이다.

2004년에는 말테 크로스에서 이름이 유래된 새로운 디자인의 ‘말테 크로노그래프 매뉴얼’이 출시됐고, 8명의 역사적인 탐험가중 포르투갈의 항해사인 페르난드 마젤란과 중국의 정허(鄭和)를 기념하는 패트리모니 라인이 컬렉터의 구미를 당길 듯. 특히 여성용으로는 1972년에 선보인 ‘1972’ 디자인이 ‘1972 그랜드 캠버’로 새단장했다.

아시아 퍼시픽 매니징 디렉터인 장 미셀 파레의 말에 따르면 한국은 론칭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의사·변호사·컨설턴트·CEO 등 전문 직업을 가진 사람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상표에만 집착하던 과거의 고급 브랜드 상품 선호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클리프 & 아펠
반클리프 & 아펠은 재키 케네디의 다이아몬드 브로치가 달린 세 줄 진주목걸이에서 연상되는 고급 보석브랜드로 유명하다. 전체 매출에서 보석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이고 시계의 비중은 아직 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에마누엘 뻬렝 한국지사장은 한국에서 반클리프 & 아펠의 시계시장 비중은 보석류 판매 대비 18%에 이를 만큼 기대가 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는 반클리프 & 아펠의 장신구가 대부분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보석인데 비해 시계는 비교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클리프 & 아펠의 시계는 한마디로 ‘시간을 말해주는 보석’이다. 회사설립 초창기부터 만들어낸 독창적인 기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의 대표적인 여성용 시계는 시계줄을 직접 바꿀 수 있는 ‘레이디 스윙’ 시리즈와 하이주얼리 워치라인인 ‘하와이·로터스·로제 드 디아망’, 1906년 플라스 방돔 22번가에 첫 부티크를 오픈한 것을 기념해 22개만을 한정품으로 내놓은 ‘까데나 주 드 담’을 들 수 있다.
남성용 시계로는 설립자의 아들이었던 피에르 아펠이 디자인한 ‘PA49’를 리바이벌한 ‘무슈 아펠’ 시리즈와 초박형 무브먼트 워치인 ‘PA 49, 35mm’이다.

IWC
쿠스토 소사이어티 해저탐험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IWC는 새로운 잠수용 시계 ‘아쿠아타이머’의 론칭을 2004년의 화두로 내세웠다. IWC의 부스는 ‘아쿠아타이머’ 전시를 위해 깊은 바닷속처럼 어둡게 연출해놓았다. 공군용 파일럿 시계와 잠수용 시계가 생기기 전인 20세기 초기부터 회중시계 크기의 손목시계 유행을 주도했던 IWC는 현재 세계적 유행인 ‘빅 사이즈 워치’의 트렌드를 만들어낸 브랜드로 다양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1930년에 내놓은 ‘포르투기스’ 시리즈는 오늘날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IWC는 2004년에도 3종류의 ‘포르투기스’ 시리즈를 선보였다. 오래전 포켓 시계의 무브먼트가 그대로 보이는 투명 케이스의 ‘포르투기스 미니트 리피터 스켈레톤’이 특히 화려하고, ‘포르투기스 오토매틱’은 심플하면서도 멋지다. 케이스의 사이즈가 41.4cm로 늘어난 ‘다빈치 퍼페추얼 캘린더’ 역시 매니어용으로 인기가 있을 듯하다.

보메 & 메르시에
보메 & 메르시에의 2004년은 햄튼 라인이 출시된 지 10주년이 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부스 중앙의 메인 쇼케이스에도 큼직한 다이얼 전체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있고 푸른색의 가오리 가죽줄이 감긴 ‘햄튼 스피리트’가 그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이 시계는 9천만원을 호가하는 한정 수량의 제품이다. 보다 더 대중적인 것으로는 흰색 악어 가죽줄에다 다이얼에 10주년을 기념하는 ‘10’이라는 숫자를 새겨넣은 화이트 컬렉션이 눈길을 끈다.

햄튼 라인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건 30년전 생산이 중단됐던 ‘리비에라’ 라인의 재탄생이다. 또 남성시계의 블랙 앤드 화이트 컬렉션, 트렌드를 반영해 42mm로 베젤 사이즈를 키운 ‘클래시마’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보메 & 메르시에가 보보스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예거 르꿀뜨르
예거 르꿀뜨르의 자랑은 시계의 핵심인 무브먼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자신의 제조공장에서 공급받는 유일한 고급시계 브랜드라는 데 있다. 1833년 창업한 이래 현재까지 1백50개가 넘는 시계 관련 특허를 갖고 있는 것도 자랑이다. 이런 기술력을 뽐내듯 복층으로 설계된 부스 2층에는 시계장인들이 직접 나와서 맡고 있는 시계 부품 제조공정을 시현하기까지 했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예거 르꿀뜨르의 디자인은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3차원적인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자이로투르비옹 1’ 역시 매우 독특하다. 앞뒤로 3백60도 회전하는 케이스의 한면에 에나멜 페인팅과 인그레이빙, 보석세팅이 가능한 ‘리베르소’는 이번 시즌 화이트 골드와 옐로 골드에 새틴줄로 한껏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오피시네 파네라이
국내에 곧 출시될 오피시네 파네라이는 잠수용 시계 전문 브랜드다. 1938년 이탈리아 해군용으로 제작됐던 제품으로 당시 디자인인 ‘라디오미르’를 이번 시즌에 선보인다. 이 제품은 스크루 다운 방식의 크라운과 크라운 뒷면의 방수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출처 -- 스위스 제네바=임 도 경 뉴스위크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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